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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스스로 얘기하기를
욕심은 있으나 갖고 싶은것이 없고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 싶으나 그다지 하고 싶은것이 없고
행복하고 싶으나 하루하루가 그다지 재미 없다고 한다.
나는 아내에게 얘기한다.
"당신 참 신기해."
아내는 나에게 얘기한다.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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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2년여의 시간동안 주말부부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내의 결심으로 올 여름부터 살림을 합치게 되었다.
사람들이 내게 얘기한다.
"좋겠네."
"이제 좀 사람답게 살겠네."
나는 베실 웃으며 말한다.
"예. 그렇죠."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깊게 얘기한다.
"하지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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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에 자취를 한 이후로
10년간 혼자 살아왔다.
군생활을 하는 2년동안에도 대부분 파견생활을 하며
홀로 잠들었다.
그렇게 내 몸에 밴 습관들, 생활방식들을
이 사람에게 맞춰갈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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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의 울음소리가 절정에 달할때야 슬쩍 잠을 깬다.
그리고 이내 잠든다.
아내는 딸이 뒤척이기만 해도 잠을 깬다.
그리고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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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이 아닌 고마움을 품고 산다.
굉장히 많은 순간을 미안해하고
정신 붙들어매는 짦은 순간 고마워한다.
반성이 필요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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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간만에 즐거운 얼굴이다.
아내는 늘 그래왔다.
자기가 잘 하는것 보다는
나와 함께 할 수 있는것을 찾았다.
내가 드러머였다면 아내는
주저없이 드럼스틱을 잡았을 것이다.
아내에게 처음 가르친 코드
C코드
우리가 서로의 도미솔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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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발전이 빠르다.
C, G7, G코드로 이루어진 동요를 곧잘 쳐낸다.
기타를 잡은지 3일만에 흉내를 내고 있다.
나는 아내가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악기점에서 기타를 고를때의 모습처럼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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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아내에게 Am코드를 알려줄 생각이다.
흑백사진은 슬퍼보여서 싫다는 아내인데
마이너 코드는 괜찮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