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렌시오 2022. 4. 23. 22:52

부모님의 격리 해제를 축하하고자 상평에 모였다.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이녀석을 써보는 날이다.
무려 연탄화덕 더 동원 자연산 골뱅이 리미티드 에디션.


마스터께서는 여러장의 연탄과 번개탄을 준비해 두셨다.
그리고 친히 연탄 불 피우는 법을 보여 주시었다.


탐욕의 더블배럴

하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분께서는 “이거 오랜만이라..” 며 말끝을 흐리셨고,
나는 자식된 도리로서 그저 먼 산을 바라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30분이면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불에 육해공 모듬구이를 구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리라 예상했던 나의 착각은

마치 한떨기 민들레 풀씨처럼,
하늘로 하늘로


한시간쯤 지나자 불구멍이 홍조를 띄기 시작하고


두시간쯤 지나니 비로소 고기 색이 변할 정도의 화력이 발휘되었으나


너무 적다.
복부성장기를 맞은 미중년들의 허기를 달래기에
연탄 화덕의 군량 공급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


우리 조상님들은 대체 어떻게 연탄 화덕에 라면을 열두개씩 끓이신거지.


매형의 말대로 “잘 익은 뽀글이” 였다.


아 즐거웠다.
안녕 연탄. 안녕 연탄화덕. 안녕 내 오만원.

뱀꼬리
-연탄 점화를 시작하고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여행자들이여. 연탄을 멀리하세요.
우리에게는 더 강려크한 무기가 얼마든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