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41:10

오늘의 커피 #별다방블렌드

라우렌시오 2023. 1. 1. 10:47

이미 열어둔 원두가 있지만 새해 기분을 내고 싶어 다른것을 뜯었다. 친절한 직원이 개봉 후 일주일 안에 다 마셔야 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속도를 내야겠다.


둘이 마실 때는 커피콩 30그램을 저울에 달아 적당한 굵기로 갈아 끓인 물에 우린다. 저울도, 초시계도 없이 무작정 뜨신물만 부어 마셔대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꼭 이런 불편한 과정을 거친다.
콩과 물의 양의 맞춘다 해서, 시간을 지킨다 해서 커피가 더 맛있어 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 혀는 그런 세세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의식을 통해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조금은 즐겁게 준비하고 마실 수 있다. 게다가 나만큼이나 둔한 아내는 인상을 쓰며 집중하는 이 3분30초만으로도 사먹는 것 못지 않다며 칭찬을 한다. 이 여인은 말 한마디로 천잔 커피 얻는 법을 안다.

그렇게 오늘의 커피를 내려 감사히 마셨다. 별다방 커피답지 않게 산미가 느껴졌다.


성당에 나간지 오래 됐다. 오늘 저녁 미사에 가야겠다. 고해성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여러 사람을 떠올리며 기도 할 것이다.
성당에 간다고 지은 죄가 씻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경계하며 죄를 지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기도가 하늘에 닿을지도 모른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내 의로운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리라.
-이사야 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