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감성/사진
비오는 거리
라우렌시오
2009. 7. 9. 10:40
vq3007
우산을 쓰지 않던 그 때가 있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아무리 오래도록 쏟아져도
비가 오기를 꽤 기다렸다.
비를 맞는 것이 무척이나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었고
양 손에 신발을 든 채 빗길속을 걷는 내 모습이
꽤나 자유로워 보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
만화책을 한아름 빌려다 놓고
살이 찌건 말건 서늘한 바닥 위에 배를 깔고 누워
바스락바스락 과자 씹는 소리를 맞으며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걱정이 쏟아졌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은데
학교에 우산을 두고왔다.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룬 밤
다행히 신발장 속 쿨쿨 잠자던 우산을 발견했고
혹여 젖을새라 종종걸음 아 비는 왜 이렇게 쏟아지고 난리냐 투덜거림에
아침을 보냈다.
당퐁당퐁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킁킁, 맛있는 빗방울 냄새에 밖으로 나가본다.
그곳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비오는 거리가 펼쳐져 있었고
내가 또 언제 이런 달콤한 빗소리를 들어보겠냐 싶어
한참을 주저앉아 사진도 찍어보고 손바닥 웅덩이 안에 그 소리도 담아본다.
서른 즈음이다.
왜 잊고 살았던가.
장마철은 행복한 계절이 분명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