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나한테만 중요한

생각나는 얘기들

라우렌시오 2012. 1. 30. 02:15
#1
군생활 할 당시,
2002년 겨울이었을거다.
우리 부대는 대공초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말이 대공초소지 언덕위에 M60 하나 걸어놓고 별보는 일이었다.
야간근무를 나가면 위병소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위치에서는 라이터보다 작아보이는 버스들을 보며
'저 차를 타면 집에 갈 수 있을텐데...'
얼핏 세어본 내 전역날짜는
저어기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이 남아있었다.
별이 총총한 밤. 토이 노래를 들으며 논산을 지나오다보니 생각이 나버렸다.


#2
내가 일병때
갓 상병을 단 고참과 야간경계근무를 나간적이 있었다.
막사에서 제일 먼 외곽초소 근무였는데
이 고참, 지금 생각하면 참 미스테리하다.
그는 대구사람이었다. (중대에 대구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작은 체구에 안경, 느릿느릿하지만 특유의 억양이 살아있는 말투, 순한 성격
고참들에게 갈굼받기 딱 좋은 케릭터였지만 한번도 후임들에게 분풀이를 하지 않았던
꽤 좋은 사람이었다.
다음은 경계근무 30여분이 지난 뒤 그 고참과의 대화 내용이다.
"이(악센트, 이하^로 표현)진아아~~"
"일병 강.이.진. 예"
"옛^날에에~~ 엄^마가아~~ 아기^를 낳았는^데에~~~"
"예"
"갓난아기^야아~~~ 으흐^흐흐흐흐"
"..."
그리고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몇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애기를 낳았는데 갓난아기라고?'
'낳고나면 다 갓난아기 아냐?'
'뭐지? 대체 나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거지?'
'끝이야? 왜 말이 없지?'
'가만, 우리가 지금 실탄 장전중이던가?'
'뭐야 씨발. 무서워'
'이사람. 위험하다.'
그리고 결국 근무가 끝날때까지, 한시간 넘게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3
내일은 케이블 재료들이 도착하겠지.
얼른 감쇄기 테스트를 해봐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