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나한테만 중요한

중국집에서 찾은 소중한 기억

라우렌시오 2018. 6. 25. 11:11



어제 합주 끝나고 의정부 시내에 있는 신래향이라는 중국집에 갔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중국집에 갔던 어린 시절, 대부분 자기 앞에 놓인 짜장면 한그릇 먹고 나오는게 전부였다. 내 먹성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신 부모님께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곱배기를 주문해 주셨지만 어디까지나 그것 뿐, 탕수육은 쉽게 먹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때문에 특별함에 또 어떤 특별함이 더해져 식탁에 탕수육이 올라오는 날이면 우리는 각자 앞에 놓인 짜장면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탕수육 접시가 바닥을 보이면 그제서야 아쉬운 표정으로 내 앞의 불어터진 짜장을 버무리곤 했다.
식구들과 먹을때는 그래도 나았다. 내 부모님은 늘 자식들 먼저 생각하시고 맛난것 좋은것은 새끼들 먼저 채겨주셨던 분이셨으니까. 하지만 한참 먹성 좋은 나이대였던 친구들과 함께라면 정말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젓가락을 놀려가며 입 안 빈 틈이 없을 정도로 쑤셔 넣어야 했다.
그때는 정말 탕수육이 귀했었다.

이후 어느 중국집이건 세트메뉴가 생기고 심지어 1인탕수육 + 짜장 (혹은 짬뽕) 메뉴까지도 생긴 지금, 탕수육은 그리 귀한 음식이 아니다.

쉽게 먹다보니 그저 그러했고 그저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탕수육은 이런 맛이지 뭐.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니 잡내 좀 나는게 당연하지 뭐. 기름에 튀기니 딱딱하겠지 뭐.

하지만 탕수육은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정말. 그저 그런, 흔하게 먹는 흔한 맛의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먹는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다. 포장이라도 해가볼까 생각을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언젠가 꼭 가족들과 다시 와서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맛에 대해서 언급하는건 큰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그냥 아주 오래전 코흘리개 시절에 먹어봤던 그 맛이다. 그게 전부다.

그렇지만 내 아이들도 그 맛을 알고 자랐으면 좋겠다. 이 맛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것을 전해주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고작 탕수육 한접시에 너무 감동한건 아닌가 싶다. 맛있다는거 많이 먹고 사는데 사실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나도 우리 부모님들처럼 이렇게 나이를 차곡차고 먹고 있구나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