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어렵기만 할 시댁에 와서
뜨끈한 햇볕을 피해 바람을 반기는 그 자리
방금전까지만 해도 시아버지가 누워계시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냉장고에서 꺼내온 캔맥주로 입맛을 다시는 철없는 며느리, 내 아내
야무지고 싹싹해서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늘 걱정거리 많고 우유부단한 내 아내
이런들 어쩌하리 저런들 어쩌하리
꾸욱 셔터를 눌러 아내의 여유를 담고
나도 저 자리로 터벅터벅 걸어가 그녀가 챙겨준 한잔을 들이키며
아무말 없이 다짐해본다.
"여보. 잘해줄게. 오래오래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