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께서 찍어주신 구운마늘 티셔츠의 굴곡에 의한 그림자들이 '얘 배나왔음' 이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시원해 보여서 좋은 사진. :-)
마치 오아시스를 찾은 사막여행자의 이미지랄까 ㅎ
내가 살고있는 곳은 자취생들이 기거하는 원룸촌이다 보니 각종 종교인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택배나 우편물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경우 누군가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렸을 때에
구운마늘 Ver 1.0 (~2006년) 의 경우 안에 아무도 없는것처럼 숨죽인채 있곤 했었다. 그럴경우 대부분은 몇번 두드리다 그냥 간다.
"대차게 살자"라는 모토로 과감히 펌업을 실시한 2007년 이후 구운마늘 Ver 1.3 은 어떤 경우라도 당당히 문을 열고 "종교에 관련된 일이라면 죄송하지만 거부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하고 있다.
헌데 Ver 1.3 베타 시절, 불안정한 펌웨어에 의한 시스템 오류로 크나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으니 어느 불교단체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모금하고 있다는 말에 혹해 당시 전재산 2000원을 몽땅 기부(?) 하고 두명의 신도들을 집안으로 들여 차를 대접하는 실수(!) 를 저지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때 그 두명의 신도가 다시 내 방문을 두드렸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에. Ver 1.3에서 추가된 멘트를 그대로 재생시켰다. 예전에는 안그랬던 녀석이 왜 갑자기 타락했느냐는 주제로 그들의 1분 스피치가 시작되고 잠시후 구운마늘은 어렵게 발언권을 얻어 다시한번 힘주어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돌아가주세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혀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그런 종교얘기 하나하나에 귀기울이기에 난 할일이 많다. 게다가 조금은 냉정해졌지. 어찌하겠어.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