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년감성/사진

푸념

by 라우렌시오 2009. 3. 3.

#요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변했다." "무슨 일 있냐" "왜그러냐" "내가 알고있던 강이진이 아니다."
...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강이진은 분명 그런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과 밤새워 술마시고 어울리고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모든 일에 중심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
혼자서 밥먹는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주머니에 돈만 생기면 후배들을 불러 술을 사먹이던 사람.

#그때에는 그것들이 정말 즐거웠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같이 어울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자 낙이었고
골목대장마냥 모든 일에 사사건건 끼어들어 무언가 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것들이 즐겁지 않다.
전혀..

#혼자 밥을 먹고 TV를 보고 기타를 치고 시덥지않은 인터넷 유머에 낄낄 실소를 늘어놓는
지금 나의 모습이
편하고 자연스럽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다 못해 즐겁기까지 하다.
사람들의 얘기를 의식하여 다시금 어울려보려 했지만
잘 맞지 않는 교복을 억지로 걸치고 한여름의 7교시 수업을 듣는 것처럼
불편하고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내게 얘기한다.
"변했어. 예전에는 안그랬잖아."
변한건 없는데
나는 그저 즐겁기를 원할 뿐이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것 뿐인데
부족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은
말을 아끼고
조용히 웃는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 것 뿐인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먼 바다가 놓여있다면
굳이 그 바다를 건너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즐거웠던 그때처럼
지금도 진심으로 즐겁고 싶다.
지금은 그저
혼자있는 것이 편하고 즐거울 뿐이다.
그것 뿐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한 저녁을 지나 새벽을 달려 함께 아침해를 보는 것보다
어여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랑하는 아내와 오붓한, 한가로운 저녁을 맞이하고 싶다.
정말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