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디 이쁜,
눈에 넣어도
현재 입원중이다.
요로감염을 앓은 뒤 복부초음파를 찍게 되었는데
"애기 배가 한쪽이 많이 튀어나온 것 같지 않아요?"
"단순 혹인지 종양인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큰 병원에서 MRI를 찍어봐야겠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악성일 경우 상당히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습니다. 수술을 시작해봐야 압니다."
위로를 담아 담담하게 얘기해주시는 의사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아내는 무척 힘들어했다.
나는 그냥
음
나마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현실이 될 것만 같아
아닐거라고 애써 생각하고 살았다.
다행히 딸은 언제나처럼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냈다.
입원이 예정되었던 지난 주
내게서 옮은 감기로 딸은 수술을 미뤄야 했다.
그리고 한주 뒤,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들이 계시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딸, 덕분에 아빠 내일 학교 안가네? 힘내. 별거 아닐거야."
그렇게 딸과 함께 수술실로 향했다.
"보호자는 한 분만 들어오실 수 있어요."
"음... 내가 갈게. 당신은 올라가서 좀 자."
딸은 계속 울며 보채며 엄마를 찾는다.
수 없이 얘기했던 엄마엄마엄마 속에서 아빠도 한번 불러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처럼 울어대는 아이의 입에
마취 가스가 나오는 마스크를 가져다 댄다.
스르륵 잠드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담담하게 기다려야지 생각했는데
못나게도 울먹거리는 통에
선생님들께 수술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도 못드렸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났다.
딸은 한참동안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멍하게 누워서 가끔 힘이 나는 듯 울어댔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다 쉬어
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지만
대장을 5cm이상 잘라낸 통에
3일간 금식을 해야 한단다.
물조차 마시지 못해 입술이 말라들어가는 딸에게
아내가 제균티슈를 건네준다.
정신없이 빨아대는 딸을 보며 나는 아내에게 묻는다.
"이거 먹어도 괜찮은거야?"
"설마 대장까지 가겠어?"
딸과 함께 우리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배가 고픈지 자꾸만 울어댔다.
그리고 아내에게서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함께 병원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못난 아빠는 많이많이 반성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게 만들테다.
시원한 음료수 캔을 주니 무척 좋아한다.
너도 곧 먹게 될거야.
조금만 힘 내자.
음료수 광고 들어오면 어쩌지?
우리 딸 피곤한데~
요즘 딸은 여보세요 놀이에 빠져있다.
무언가 건네주면 귀 옆으로 가져간다.
드디어 금식이 끝났다.
"3시간에 한번씩 10ml씩 주세요."
...
평소에는 200ml씩 먹던 녀석인데
괜찮을까?
의외로 잘 버텨준 기특한 녀석.
며칠간 물도 마시지 못해 말라버린 입술로 하악~ 소리를 내며 졸음을 속삭인다.
얼른 다 나아서 맛난 이유식도 먹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그러자.
쇳물은...
다음에 먹자 -_-...
어서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사랑해, 딸.
from.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