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사진찍는게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가을이 되면, 눈이 내리면, 하늘이 예쁘면
카메라 들고 나가서 뭐라도 찍고 싶었는데
무거운 카메라며 렌즈를 낑낑거리며 짊어지고 나가
보잘것없는 몇 장 찍어와놓고는
보정한답시며 컴퓨터 앞에 앉아
마냥 즐거워했었는데
아내와 딸이 처가에 가 있는 오늘
혼자 심심한 참에 모아두었던 사진 폴더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몇만장의 사진들
많이도 찍었구나.
하나하나 훑어보니 죄 기분좋고 웃음지어지는 사진들이지만
어째 최근의 것들에서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예전에는 비싼장비, 귀한장비, 꼭 있어야 한다는 장비 등등
기변이며 장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을 뿐
사진속에 들어있지 않은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나와 내 가족들, 내 일상속의 모습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소니의 DSLR과 미놀타의 필카
아내와 딸과 외출을 할 때면 어느 녀석을 들고 나갈까 고민하지만
사실 그 어느 녀석을 데리고 나가건 사진찍는것이 즐겁지는 않다.
깜짝 놀랄정도로 잘 나오는 지금의 사진들에
그냥 그런 심심한 느낌뿐
봄이 되고 딸내미가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면 조금 달라지려나
지금은 그저 우리 가족의 일상 기록 이라는 숙제가 되어버린 사진찍기
이참에 싹 정리하고 갖고싶던 기타를 살까 ㅋㅋㅋ
조금 더 기다려보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깜짝 놀랄만큼 재미있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