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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감성/사진

요즘

by 라우렌시오 2011. 2. 26.


요즘들어
사진찍는게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가을이 되면, 눈이 내리면, 하늘이 예쁘면
카메라 들고 나가서 뭐라도 찍고 싶었는데
무거운 카메라며 렌즈를 낑낑거리며 짊어지고 나가
보잘것없는 몇 장 찍어와놓고는
보정한답시며 컴퓨터 앞에 앉아
마냥 즐거워했었는데

아내와 딸이 처가에 가 있는 오늘
혼자 심심한 참에 모아두었던 사진 폴더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몇만장의 사진들
많이도 찍었구나.

하나하나 훑어보니 죄 기분좋고 웃음지어지는 사진들이지만
어째 최근의 것들에서는 그런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예전에는 비싼장비, 귀한장비, 꼭 있어야 한다는 장비 등등
기변이며 장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을 뿐

사진속에 들어있지 않은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나와 내 가족들, 내 일상속의 모습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는 소니의 DSLR과 미놀타의 필카
아내와 딸과 외출을 할 때면 어느 녀석을 들고 나갈까 고민하지만
사실 그 어느 녀석을 데리고 나가건 사진찍는것이 즐겁지는 않다.
깜짝 놀랄정도로 잘 나오는 지금의 사진들에
그냥 그런 심심한 느낌뿐
봄이 되고 딸내미가 푸른 들판을 뛰어다니면 조금 달라지려나

지금은 그저 우리 가족의 일상 기록 이라는 숙제가 되어버린 사진찍기
이참에 싹 정리하고 갖고싶던 기타를 살까 ㅋㅋㅋ

조금 더 기다려보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깜짝 놀랄만큼 재미있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