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후로 통 짬을 못내다가
아내의 배려로(몸도 무거운데)
군산에 다녀왔다.
간만에 가족들이 모이는지라
아버지께서는 숯불구이를 준비하시고
막내이모네를 부르시고
역시나 몸이 무거운 누나네도 부르시고
우리는 장모님께서 사주신 삼겹살을 차에 싣고(사랑합니다)
눈누난나 군산으로
아버지, 이모부와 함께 고기를 굽는다.
예전에는 그저 먹기나 하라고, 불 근처에 못오게 하셨는데
이제는 빨랑 와서 구우라고;;;
드디어 아들을 노예어른으로 인정해 주시는군요.
갈비부터 굽기 시작.
아의씬나!!!!!!!!
대략 요렇게 상이 차려지고
어머니 음식솜씨는 세계 제일이다.
조만간 마눌님께서 역전하시길...
가족들이 몽땅 모였다.
불 앞에서 캑캑대는 신랑에게 하트를 날려주시는 아내님.
그렇게 고기를 구워 먹고
술을 마시고
얼큰하게 약주를 드신 아버지와 한참 얘기를 나눴다.
은율이가 눈에 아른거려서 혼났다는 얘기를 하셨다.
처음 듣는 얘기.
참으로 무뚝뚝하고 멋 없는 아버지께서도
많이 변하셨다.
굳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아들을, 며느리를, 손녀딸을 얼마나 보고싶어 하시는지
잘 알고 있기에
간만에 찾아뵌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전날 덜 익은 고기를 먹어서일까
새벽녘 나를 찾아준 폭풍설사님을 맞이하고
조금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에 괄약근과 타협을 해보지만
어느새 빼꼼 고개를 내미는 설사님
푸다다다 처리 후
미루고 미뤘던 자동차 전조등 교체를 시도
등 다 갈고나니 얼굴이 타이어만하게 부은 아버지를 시작으로
어머니와 매형과 누나, 아내 등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형은 세차를 시작한다.
지하수도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참새 오줌발같다.
아버지는 경운기를 끌고 나오셨다.
강녁한 파워!!
역시 시골에서는 경운기가 짱이다.
슥슥삭삭 열심히 세차중인 매형
새로운 패션을 선도하는 그의 빨간 신발이 두드러지는 아침이다.
조금 있으니 딸내미가 나온다.
진순이가 명을 다 한 뒤 그 자리를 채운 삼월이
3월에 데려와서 삼월이랜다.
은율이 동생 태명을 두고
"3월에 생겼으니 삼월이라고 할까?"
장난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큰일날뻔했다...
몇몇 멍멍이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작고
자기랑 비슷한 멍멍이는 처음인 은율이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더니
신났다.
어머니가 더 신나셨다;;;
딸내미는 할머니를 꼬셔 꼬꼬를 보러 갔다.
근처에도 못 갈거면서 꼬꼬타령은 되게 해댄다.
어익후.
누구 딸내미인지 참 이쁘기도
"이생퀴야 함 붙자! 거 놔보쇼!"
호전적이기까지
삼월이는 꽤 예쁜 강아지다.
풍산개와 진돗개의 믹스라는데
얼굴이 묘하게 진순이와 닮아있고(전혀 관계 없는데)
차분하고 똑똑하다.
그래도 진순이는 오래오래 기억되겠지.
할매 손 잡고 뒤엄자리에도 나가보고
이녀석을 시골에서 키우고 싶은데
음...
이래저래 고민중이다.
꼬꼬야.
오빠가 몸이 좀 허하네?
올 여름에도 잘 부탁해.
내게 있어 고향이란 참 큰 의미가 되어준다.
그래도 가장 큰 의미는
아버지, 어머니께서 살고계신 곳이란 거겠지.
이제 곧 힘든 농사철이 시작된다.
아버지, 어머니 올해에도 별 탈 없이 건강하시길
다투지 마시고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내시길
자주 내려가자.
자주 내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