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5월쯤
양정역에 가면
황사도 심하고 차들도 씽씽 달리지만
지하철역 문을 밀고 나서 조금만 걸으면
눈앞을 가득 채우는
배꽃
배꽃
배꽃
양정역에 가면
황사도 심하고 차들도 씽씽 달리지만
지하철역 문을 밀고 나서 조금만 걸으면
눈앞을 가득 채우는
배꽃
배꽃
배꽃
씽씽 달리는 차들 사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깁니다
배꽃밭 입구로 들어서면
저는 비염이 심해 이맘때쯤 향기를 맡지 못하지만
아득한 그윽한 고귀한 향이
아지랑이 따라 퍼지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물구나무 선 관 따라
옹기종기 모여 하늘보는 배꽃을 보니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내동생도
아내도 딸도 우리학교 선생님도
내 사랑하는 학생들도 청소 아주머니도
친구들도 형누나 동생들도
좋아하는 사람도 안좋아하는 사람도
모두모두 모아두고
사진한장 찍어두고 싶습니다
배꽃밭 입구는 얼기설기 그물로 막아져 있지만
다들 쉬쉬 조용히 하세요 살금살금 넘어가 줄 서세요
거기 꽃 꺾지 마세요 앞에선 분은 허리 좀 숙이세요
거기 까치발 티나네요 눈감지 마세요 여기좀 보세요
속닥속닥 하나둘셋 찰카닥
한장 찍어두고 싶습니다
그 배꽃이 말이죠
정말정말 예뻤거든요
아득하고 그윽하게, 고귀하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