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도기 날 교체할 시기를 놓쳤다.
아까움과 귀찮음 때문이다.
또한 '이정도면 아직 쓸만한데 뭘'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2
면도를 할때 생채기가 나는 빈도가 늘었다.
면도라기보다는 털을 잡아 뜯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3
주말내 면도를 안했더니 덥수룩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이상하게도 깔끔하게 면도하고 싶어졌다.
샤워 중 아내에게 면도기 날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
#4
참 희한하다.
날은 훨씬 더 날카로워졌을진데
걸리적거리는 느낌 하나, 상처 하나 없다.
손놀림이 가벼워졌음은 말 할 것도 없다.
진즉 바꿀것을 쓴웃음을 지었다.
#5
생각해보니 사람도 그러하다.
어설프게 날카로우면 자기 자신을, 주위를 다치게 한다.
참 어설프게, 무디게 살고 있는데
나 자신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갈고 닦아야겠다 생각만 해본다.
#6
물론 이 얘기는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이다.
그리고 혹은 그대에게 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