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아까 도착한 푸쉬알림을 확인. 율이 엽이 어린이집이다.
선생님들이 알림장을 써주셨고 거기에 간단히 답글을 달았는데 아내가 또 답글을 적은 모양이다.
알림장을 읽고나니 그 옆의 앨범이 눈에 들어온다.
며칠전까지는 사진이 한장도 없었는데 뭐가 생겼나 싶어 눌러봤는데 반갑게도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와있다.
먼저 율이의 앨범부터
잠시 후 한숨을 푹푹 쉬며 엽이의 앨범을 본다.
한숨이 깊어진다.
율이와 엽이는 얼마 전 어린이집을 옮겼다.
맞벌이하는 아빠엄마 덕에 입학식도 할아버지, 할머니 손 잡고 가야했다.
율이는 마냥 잘 하겠더니 생각했는데 적응이 좀 어려운지 여기저기 힘든 모습들이 새어나온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엽이는 말 할 것도 없고
아니나 다를까 사진속 율이는 다른 친구들과 썩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듯 보였고 (부디 극성맞은 아빠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길)
엽이는 반에서 제일 작은 주제에 가장 끝에서 혼자 터덜터덜 걷고 있다.
거 참, 이 기분은 뭐랄까.. 그냥 이게 부모 마음인가 싶은 순간이다.
난 항상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크는거라고, 지금도 밥 안굶기고 있으니 충분히 잘 해주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때로 조금은 극성맞다 생각했던 아내의 행동도, 말들도, 그리고 지나간 어린 기억속 내 어머니의 모습도 모두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도 않는 나쁜 아빠가 정말정말 미워진다.
하루종일 거대한 불안감 속에 가혹한 길들여지기를 당하고 있는 내 보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크게, 깊게 반성하는 밤.
아주 조금 더 부모다워진 밤이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