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일이었다. 아내가 율이를 씻기고 있는데 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율이였다. 이쪽으로 돌리때는 괜찮은데 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프다며 울었다.
#2.
많이 아프구나. 어디가 제일 아프니. 라고 물으니 품에 안겨 막 운다.
하지만 율아. 아빠는 별로 걱정 되지가 않는구나.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너를 수술대에 뉘이며 실컷 울었던 덕인지 웬만한 일들은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구나.
#3.
아이들을 키우며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오겠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엄마손 약손 문질러 주세요 할테고
목에 가시가 박혀 컥컥댈 것이며
이유 없이 머리가 아파 울어댈 것이다.
밥을 먹다 갑작그레 이가 뽑힐 것이며
아빠 엄마 지갑 속 돈과 바꾼 싸구려 장난감과의 짧은 인연에 즐거워 할테다.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속상해 할 것이고
초등학교 동창인 어느 누군가와 결혼하겠다며 호기롭게 외치다
이유없이 방 문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괜시리 아빠를,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라 생각할 테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우리들의 얘기들을 자신의 일로 만들어갈 것이다.
그 중 한가지, 조그맣고 사소한 일을 어제와 오늘 사이 겪었다.
#4.
가끔 생각한다.
과연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가장이라는 역할에 내 이름을 올려 두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대부분의 역할을 아내에게 미루고 있지만
그 나머지에서도 자신이 없는 내가
정말 이렇게 잘 살아도 되나.
#5.
아들이 나를 닮아간다.
딸아이는 아내를 닮아간다.
하루하루 미안함이 쌓여가는 것이 안타깝다.
#6.
우리 학교 아들들 몇이 가끔 블로그에 들르는 것 같다.
아들들아.
너희는 아직 잘 모르겠지?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되도록 빨리 알았으면 한다.
완벽함이란 우리의 부모님께나 어울리는 단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