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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나한테만 중요한

마음이 떠난다.

by 라우렌시오 2020. 7. 2.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마음이 떠난 것은 비단 이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인가부터 집 앞 축구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소리, 그 옆 벤치에 앉아 새벽까지 웃고 떠들며 술마시고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 밤낮 가리지 않고 심지어 새벽에도 미친듯 뛰어대는 윗집 쌍둥이들이 유독 피곤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탈을 즐기는 청소년들의 경우 보일때마다 가서 친절하고 상냥하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런거에 콧방귀나 뀔소냐. 그래도 다행인건아직까지 “아저씨가 뭔데요.” 란 말은 안 들었다.

오늘 새벽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3인방이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큰 소리로 서로에게 욕지거리를 날려대었다. 무려 새벽 4시에.
너무나 거슬리고 싫었다. 결국 드르륵 방충망을 열고 “학생들. 지금 새벽 4시예요.”라고 말했다. 최대한 나지막하고 정돈된 목소리로. 본능대로였다면 욕지거리 4인방이었겠지.

내 마음이 편안하면 이런 것 따위 아무 문제 안 될텐데.

이사 가도 이런류의 일들이 왕왕 생기겠지만 요 몇달새 급변한 동네 분위기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