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근사한 날씨였다.
형들은, 누나들은 오늘 왜이리 춥냐며 얼굴을 찌푸리는 와중에
“너 참 젊다.” 는 말을 듣게 한 나의 수줍은 반팔.
형들 누나들. 지금은 여름인걸요.
예. 맞아요. 사실 뚱뚱이라 더운겁니다.
여튼 어제 무지막지하게 퍼마신 덕에 전쟁터가 된 뱃속을 부실한 학식으로 달래고 돌아와

벤치에 누웠다.
뱃속은 황량했고 정신은 아득했으며 육신은 나른했다.
그리고 피폐한 나와 다르게 날이 지나치게 근사했다.

애들 지나다니는 길가에 누워 이래저래 구도를 잡아본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저 푸른빛(강인호선생님 감사합니다. 연두빛 그 자체였어요)이 정말정말 좋다.

찍고

또 찍고

여기저기 찍고

계속 찍는다.
찍을때마다 조금씩 농도가 달라지는 연두빛에 정신을 못 차리는 배불뚝이 중년 아재.

정말이지 편안한 나머지 주접도 떨어본다.
중고로 산 전자책 기기 덕을 보는 요즘이다.

이렇게 오후시간 중 대부분을 데렝파렝하며 지냈다.
행복했엉.
이제 곧 더워질테고, 그러면 나는 꼼짝없이 에어컨 아래로 피신해야겠지.
할 수 있을때 최대한 나가서 드리 눕자.
그리울거야. 이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