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스승님 쫓아다니던 10대 후반에 몇번 해봤는데
이후로 20여년만이다.
우선 드래곤볼을 모은다. 그래픽카드만 중고, 나머지는 신품이다.
위대한 대한민국 택배 시스템. 전날 정오 무렵 주문한 것들인데 한개도 빠짐 없이 다음날 도착해 있더라.
뭔가 기분 좋아보이는 딸랑구가 찬조출연 했다.
CPU는 AMD 라이젠 5 3500X
3400G와 3600도 후보군에 올랐으나,
아래에 나올 중고 그래픽 카드를 구하는 바람에 3400G는 탈락.
쓰레드 수가 2배지만 애들이 거실컴으로 쓰기에는 이것도 과분하다 생각하여 3600 탈락.
번X장터에서 구입한 라데온 RX5700
판매자가 용산 업자더라.
무슨 용도로 쓰던 것이냐 물으니 그래픽 관련 사무실에서 1년쯤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채굴용 광부에디션이 맞을 듯. 알고도 속는다. 저렴하니까.
메인보드는 저가형에서는 나름 평이 좋은 ASUS EX-A320M-Gaming
조립 하기에도 괜찮고, 성능 면에서는 좋은 평이 많으니 넘어가고.
그런데 문제가 있더라.
A320M 보드에 RX570을 꽂으니
M.2 SSD 에 방열판을 꽂을 수 없더라.
방열판 붙인채로 SSD를 꽂으니 그래픽카드가 제대로 마운트 되지 않는,
아...
여튼 조립 끝내고 전원을 켜본다.
케이스는 다크플래쉬의 DLM21
왜 이 케이스를 썼냐면
내 컴 케이스가 이거라서
조만간 컴 두대를 나란히 놓은 예정인지라 통일해봤는데
흰색이 어째 더 예뻐보이더라.
부팅이 된다! 아아
CPU 쿨러는 3500X의 것이 아닌 3700X의 기쿨이다.
선정리는... 대충
윈도우를 설치하고
아빠가 케이스 안에 피규어 넣는거 보더니 따라하는 아들.
바람직해. 좋아.
요즘 살이 많이 찌셨다. 얼른 등교해야돼.
안티 바이러스 가디언 케이드군. 거실컴을 잘 부탁하네.
EBS 온라인클래스 접속하는 것부터 해본다.
괜히 유튜브도 보고.
알지 그 기분, 할것도 없는데 컴퓨터 끄고 싶지 않은 그 기분.
어렸을때 아버지께서 사주셨던 첫 컴퓨터가 생각난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고 있는데 굳이 마중나와 빨리 오라며 소리치시던 아버지.
논바닥을 가로질러 달려가 만난 내 첫 컴퓨터는 흑백 모니터에 2개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달린 삼성 XT였다.
나는 정말 좋아했고 뒤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던 아버지께서는 엄청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었다.
사실 컴퓨터가 있는데 또 산다고 아내가 탐탁치 않아 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순간 얼마나 뿌듯하고 흐뭇한지 아내는 잘 모를거다.
내 아버지같은 아버지되기, 한가지 더 성공한 날.
이상 거실컴 조립기 끝.